[사설] 설 명절, 안전이 먼저다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설 명절, 안전이 먼저다. (CG=중앙신문)

설 연휴가 다가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연휴 기간 전국에서 278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평균 834만명이 길 위에 선다는 의미다. 명실상부한 민족 대이동이다. 고향을 향한 설렘이 커질수록 그 이면의 위험 또한 커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안전은 언제나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수많은 가족의 이동과 생명이 얽힌 현실이다.

우선 교통안전이 최대 과제다. 장거리 운전이 집중되면 졸음·과속·음주운전 위험이 동시에 높아진다. 겨울철 결빙과 돌발 기상까지 겹치면 작은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루 8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사고 한 건의 파급력 또한 평소와 다르다. 관계 당국은 교통 관리와 단속을 강화해야 하고, 운전자 역시 서두르지 않는 태도로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 귀성길의 몇 분 단축이 생명의 가치를 앞설 수는 없다.

화재와 생활안전 문제도 경계해야 한다. 제사 준비와 음식 조리, 난방기기 사용 증가로 가스·전기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 전통시장과 터미널, 다중이용시설에는 인파가 몰린다. 안전 점검과 시설 관리가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명절 사고는 대부분 예견된 위험이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점검표에 체크하는 행정이 아니라 실제 위험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감염병과 응급의료 대응 역시 중요하다. 가족 모임과 여행이 늘면서 호흡기 질환과 식중독 우려가 커진다. 연휴 기간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진료 체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세심한 준비에서 시작된다. 응급 상황은 명절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명절은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연대가 사고와 재난으로 흔들린다면 명절의 의미도 퇴색된다. 정부는 선제적 대응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현장 점검으로, 기업과 상인은 책임 있는 관리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전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안전은 타인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의무다.

무사히 만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 그 평범한 원칙이 지켜질 때 설은 온전한 명절이 된다. 2780만명의 이동이 걱정의 숫자가 아니라 안심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이번 설만큼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사고 없는 명절이야말로 가장 큰 덕담이자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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