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살아가며 세금을 낼 의무가 있고, 행정기관은 그 세금을 공정하게 걷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서로 맞서는 관계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작동해야 하는 두 개의 책무다. 문제는 세금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납부하도록 돕느냐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세금 납부 방식에 대한 행정의 접근 역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같은 세금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안내하느냐에 따라 납부자의 선택과 행태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용인 처인구의 환경개선부담금 연납 사례는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연납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한 결과, 연납 건수가 전년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세율이 바뀐 것도 아니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것도 아니다. 행정이 먼저 설명했고, 그 결과가 수치로 나타났을 뿐이다. 환경개선부담금 연납은 1월에 1년 치를 미리 납부하면 10%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혜택의 폭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납부자가 반응했다는 것은, 그동안 제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성과의 본질은 ‘감면’이 아니라 ‘전달 방식의 변화’에 있다.
이 사례는 체납세 문제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체납 세금은 해마다 누적되며 적지 않은 규모로 쌓이고 있다. 물론 고의적인 체납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체납을 같은 이유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납부 시기를 놓쳤거나, 제도를 알지 못했거나, 절차가 복잡해 미뤄진 경우도 상당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는 체납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세와 지방세는 물론 각종 부담금과 사용료까지, 거의 모든 세금이 비슷한 구조를 안고 있다. 제도는 존재하지만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안내는 형식에 머무르며, 그 결과 미납이나 체납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적극 행정은 징수 기준을 낮추거나 원칙을 흐리는 일이 아니다. 기준은 그대로 두되, 그 기준을 이해시키는 방식의 문제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납부자의 선택을 돕는 길은 분명 존재한다. 처인구의 연납 사례가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지서 한 줄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별도의 안내와 선택지를 제시하자 납부 행태가 달라졌다. 이는 특정 세목의 성과라기보다, 세정 행정 전반에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우리는 과연 충분히 설명했는가, 충분히 알렸는가라는 물음이다.
세금을 걷는 일은 강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뢰와 이해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과가 나온다. 분할 납부, 연납 감면, 환급 제도 등은 이미 마련돼 있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현장에서 얼마나 친절하고 반복적으로 전달되고 있느냐다. 납세자 역시 제도를 알고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그 선택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때 가능하다.
적극 행정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한 번 더 알리고, 한 번 더 설명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체납세든 정기 세금이든, 각종 부담금이든 마찬가지다. 처인구 사례는 행정이 한 발 더 다가섰을 때 국민이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세금을 걷는 방식에 대한 행정의 성찰과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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