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의 이름을 훔치는 범죄, 이제는 제도가 나서야

[중앙신문 사설] 코로나 속 독감 유행 조짐 심상찮다. (CG=중앙신문)
[중앙신문 사설] 공공의 이름을 훔치는 범죄, 이제는 제도가 나서야. (CG=중앙신문)

지금 전국 곳곳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와 산하기관까지 가리지 않는다. 특정 지역이나 일부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이름과 권위를 노린 범죄가 구조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부주의나 일시적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선을 넘었다.

이 범죄의 특징은 교묘함에 있다. 사기범들은 나라장터 등 공개된 계약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실제 공무원 이름과 직함을 도용한다. 위조 명함과 그럴듯한 설명으로 신뢰를 쌓은 뒤 허위 발주나 물품 대납을 요구한다. 상대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일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진다. 공적 권위가 범죄의 도구로 악용되는 순간, 피해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더 큰 문제는 제도의 대응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공무원 사칭 사기가 보이스피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화나 용역 거래를 가장했다는 이유로 금융회사가 계좌 지급정지를 거부하고, 수사기관의 정식 요청을 기다리는 사이 범죄 자금은 빠져나간다. 범죄의 골든타임을 법의 공백이 놓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법령 개정 건의와 자치경찰 협력 강화를 통해 공무원 사칭 사기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조치다. 공직자 사칭 사기도 보이스피싱과 동일하게 즉시 계좌 지급정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예방 홍보와 교육까지 병행하겠다는 방향은 문제의 본질을 짚고 있다.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범죄 앞에서 지방정부가 먼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공무원 사칭 사기는 개인의 주의만으로 막을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공공의 이름을 훔쳐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는 공공이 직접 나서 차단해야 한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피해는 계속 반복될 뿐이다. 경기도의 이번 대응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앙정부와 금융당국, 수사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공공의 이름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자산이다. 그 이름이 범죄에 이용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공무원 사칭 사기는 없어져야 하고, 없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고 문구가 아니라, 범죄를 즉시 멈출 수 있는 제도적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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